내생각

벤츠와 걸인

꼬리내꺼 2012. 3. 21. 09:04

태국바이어를 만나러갔을때의 일이다

일이 거의 마무리 되가던 시간

회사의 실소유자인 원조 두목이 나타났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두목은 나름 흡족한 얼굴로 저녁식사에 나를 초대했다

워낙 바쁜 사람이라 회사에서도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한 사람인데

저녁시간까지 비워주다니 무한한 영광....

약속시간 즈음에 호텔로 차를 보내왔다

난생처음 타보는 벤츠

난 마치 신흥갑부인양 뒷자석에 몸을 뉘인채 약속장소로 향하고있었다

비록 내차는 아니지만 십수년전에 그것도 나이도 새파란 녀석이 벤츠 뒷자석에 앉아있으니

아마 내 기분은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던거 같다

오늘은 분명 가문의 영광 인게야 하며 히죽히죽 혼자실소를 흘리고있을때...

문득 나와 눈이마주친 거리의 걸인

산발한머리 , 삶에 찌들린듯한 얼굴 , 허름한 옷차림 , 앙상한 다리....

그렇게 얼마동안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순간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나의 초라함을 느꼈다

그리고 눈가를 촉촉히 적시는 이슬

벤츠와걸인....

그렇게 우린 같은시간 같은공간에 서로다른 모습으로 머무르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술을한잔하는 내내 난 일관적인 묵직함으로 시간을 함께했다

아마 원조두목은 나를 아주 생각이많은 과묵한 젊은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원조두목과의 저녁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길

원조두목의 동생이 호텔까지 바래다 주겠다했다

같이 술을마셨기에 음주운전은 안된다했더니 괜찮다며 기어이 신분상승 벤츠에 나를 태웠다

호텔로 돌아오는길

일년에 한번 할까말까한다는 태국의 음주단속현장을 지나게되었다

어떡하나 분명걸릴텐데....

그렇게 우리의 차례가되고 ....

그런데 나의 우려와는다르게 그냥통과

휴~우 한숨을 한번 내쉬고 괜히 콩닥거리는 심장을 쥐어잡고

분명음주운전인데 왜 걸리지않았느냐?....

아니 측정조차 하지않느냐?....

아는 사람이냐?....

재수가 좋다는.... 등등

나의 쏟아지는질문에 빙긋이 웃으며 돌아온 한마디

"잇츠 벤츠"

순간 말문이 막히고

호텔로 오는 내내 한마디도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혹 몇시간전에 보았던 그걸인을 다시볼수있나해서....

다행히 눈물이 왈칵 쏟아질 일은 없었지만

호텔 침대에 몸을 던진후에도 멍하니 그걸인을 떠올렸다 그리고 벤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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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이 지난 지금 가끔 그걸인을 떠올려본다

지금 그걸인은 무얼하고있을까?

아직까지 걸인일까? 아님 벤츠를 타고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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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