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2012. 3. 28. 09:38내생각

스무살때쯤 서울에있는 친척집을 방문했을때의 일이다

나에겐 겨우 네살쯤 차이나는 조카가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지만...

군입대를 앞두고 친지를 방문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나를 잘 따르고 서로 죽이 잘맞아서일까

아마도 며칠을 머물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며칠동안 둘이는 정신없이 싸돌아다녔다

자기가 다니는 학교 , 대공원 , 백화점 , 분식점 등등

그녀석 오랜만에 보는 내가좋은지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아마도 커가는 자기를 보여주고 싶어했던것 같다

그렇게 일정에도 없던 며칠을 함께 보내다보니

이젠 그동네 지리도 눈에 어느정도 익혔고 몇몇 어르신들과는 인사를 나눌정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여전히 둘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지친몸으로 집으로 향하고있었다

"빨리가자 집에 다왔다"

"응 삼촌 먼저가 난 다리아파서 천천히갈께.... 삼촌 집알지?...."

"얌마 저기코너만돌면 집이잖아 쨔식이 날 뭘로보고...."

"알았어  그럼 나먼저간다"

그렇게 일분 이분을 걸었을까?

학생 둘이 날향해 다가왔다

어정쩡하게 걸어오는걸보니 필경 길을 물어보는 걸꺼야  하고는 두학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뒤를 한번 돌아보곤 약간 뒤쳐져 오는 조카쪽으로 손을 가르키며

"뒤에~~"

그 두녀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고 난 속으로

"쨔샤 내가 대구에서 왔는데 길을 어떻게 알겠어.... 하마트면 대구말 할뻔했네.... 분명 뒤에~~하며 끝은 올렸으니 대구에서 왔는진 모를거야...."

"나 이러다 서울사람 되는거 아냐?.... ㅋㅋㅋㅋ 서울말 넘 잘하는거같아....ㅋㅋㅋㅋ"하며

혼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니

마치 다정한 친구인양 뭐라뭐라 얘기하는것 같았다

"친군가...."하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갔다

그리고 혼자 TV를 켜놓고 시간을보내다 벌써 도착해야했을 조카녀석이 문득 떠올랐다

"쨔식이 쫌 늦네.... 하긴 친굴 만났으니...."하고 십여분이 더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그녀석 힘없이 들어온다

"얌마 왜이리 늦었어?...."하곤 조카녀석을보니

조카녀석 얼굴이 쫌 이상했다

자세히보니 코피가 그것도 쌍코피에 눈두덩이는 퍼렇고 얼굴은 뻘겋고 어디서 뒹굴었는지 온통 흙투성이.... 무릅에는 특히나 더더욱.....

"얌마 너 친구들이랑 싸웠냐?...."

그러나 아무댓꾸없는 조카녀석....

"얌마 친구들이랑 왜 싸우고 그러냐? 사이좋게 지내지...."

여전히 댓꾸없는 녀석....

그러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뒤 입을 씰룩씰룩 거리더니

"삼촌이 뒤에~~.... 라 했다며?...."

"응 근데 왜?...."

"개네들 삥뜯는 애들이야...."

"삼촌이 뒤에~~라니까 내게와선...."

"야 돈있냐?...."

"아뇨...." 하니까

"얌마 앞에서 뒤에~~라고 하던데...."

"너 뒤져서 나오면 뒈진다...." 하곤

근처 이름모를 골목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것이다

결국 뒤져도 돈이 없으니까

돈 좀 가지고 다니라며 또다시 모진고문을.....

근데 무릅은 왜그러냐 했더니

모진고문을 당하는 내내 꿇어 앉아서 손들고 있었단다  우하하하

물론 난 그얘길 듣고 웃진않았다

내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상황은 분명 웃긴데 녀석의 얼굴을 보니 웃다간 삼촌이고 뭐고 없을것 같아서....

저녁에 형님과 형수님이 온뒤 또다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지만

다른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친구들이랑 2대1 로 싸워서 이겼다는걸로 마무리되었다 쨔식 장하다

그리고 저녁식사땐 그런 녀석들은 혼내줘야한다며 힘썻썼다고 고기반찬이 올라오고

난 슬며시 고기한점을 조카녀석 밥숟가락에 올려줌으로서 미안함을 대신했다

그리고 웃을수있는 자격도 부여받았다

우하하하.... 미안미안 삼촌이 잠시 착각해서....

.

.

.

.

지금 그녀석 (그녀석이라하니 쫌그러네....)

지금 그분 (그분이라 해도 쫌그러네....)

지금 그 조카분 녀석 그때일을 기억하고있을까?

.

.

.

.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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